다음 글은 제가 '휄든크라이스 방식과 현대무용의 접점' 이라는 제목으로 무용과학학회에 발제했던 글입니다. 휄든크라이스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대신해 올립니다.
휄든크라이스 방식(Feldenkrais Method)과 현대무용(Contemporary Dance)의 접점
1. 들어가며
2. 휄든크라이스 방식의 주요 구성
3. 휄든크라이스 방식의 주요 특성
4. 휄든크라이스 방식과 현대무용의 접점
1. 들어가며
휄든크라이스 방식이란 모쉐 휄든크라이스(Moshe Feldenkrais, 1904-1984)가 창안한 움직임 레슨으로 휄든크라이스가 디자인한 움직임을 수련하면서, 신체의 자각 능력을 활성화시키는 메소드다. 휄든크라이스는 생전에 하나의 작은 안무처럼 디자인된 움직임 레슨을 2500개 정도 녹음해 놓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에는 크게 ATM(Awareness through Movement 움직임을 통한 깨달음) 이라는 구술 및 그룹 레슨이 있고 FI(Functional Integration 기능적 통합)라고 하는 일대일 및 핸즈온(hands-on) 방법이 있다. 이 두 방법은 2장에서 더 자세히 다룰 것이나, 안내자가 학습자의 신체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를 뿐 움직임 레슨의 본질적인 과정은 동일하다.
인간을 지각 하고 행동하는 하나의 체계(Sensory-Motor Schema)로 본다면, 휄든크라이스는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주요한 세 요소, 즉 생각, 감정, 감각이 모두 움직임을 수반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움직임을 느끼고 깨닫고 그 질을 좋게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감각, 감정, 생각이 성숙해 질 수 있고, 이것은 곧 모든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았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의 가장 큰 특성은 움직임을 학습의 주요 도구 및 과정으로 보고, 움직임의 질이 좋아지는 일차적인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인간 교육의 전제조건이 충족된다고 본 것이다. 1940년대의 심리학은 움직임이 흔히 행동단계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주류였다. 이런 시대에, 휄든크라이스는 이 움직임을 지각능력 발달의 주요한 학습 도구로 가져온 것이다. 이러한 전복적인 사고방식은 그의 움직임 레슨에 구체적으로 녹아 있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은 단순히 신체의 정렬이나 이완을 목표로 하는 방식이 아니다. 인간의 진화적 특성에 맞추어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구체적인 자기학습법이며, 인간 사회를 한 차원 더 진보된 패러다임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하는 실천 중의 하나이다. 휄든크라이스는 자신의 방법론이 유관 학문들과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저서를 통해 밝혀왔다. 이것은 이 방법론의 논리적 근거를 설명하면서 동시에, 이 방법론의 확장된 적용성과 궁극적인 목표를 설파하려는 노력이었다. 휄든크라이스는 대단히 매력적인 메소드도 개발했지만, 그에 버금갈 만큼 자신의 철학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학자였다.
현대무용은 몸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 어떤 장르보다, 움직임의 자율성을 추구한다. 어떤 형식이나 목적에도 얽매이지 않고 몸을 사용하며 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장르인 것이다. 이러한 현대무용의 특성은 휄든크라이스 방식이 몸의 사용에 있어 가지고 있는 접근법과 매우 닮아 있다. 본 발제문에서는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과 같은 광의적 측면과 몸의 사용에 있어서의 구체적인 측면에서 휄든크라이스 방식이 현대무용과 만나는 접점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2. 휄든크라이스 방식의 주요 구성.
1) ATM(Awareness through Movement)
움직임을 통한 깨달음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이 레슨은, 구술에 의해 이루어지며, 그룹레슨이 가능하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은 움직임을 하면서 그 움직임의 과정을 자신의 의식으로 따라가는 것이 주된 학습 내용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이 작은 알아차림, 혹은 깨달음을 통해 셀프 이미지와 움직임의 질을 향상시키는 목표를 가진다. 이를 위한 기본적인 학습 조건들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애 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 이 범위 안에서 좀 더 쉽고 편하게 움직임을 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면밀하게 알아본다. 움직임의 범위는 저절로 더 커진다. 움직임에 익숙해지면, 자신의 한계를 더 확장시켜본다. 움직임을 하고 원위치로 돌아오는 과정도 똑 같이 면밀하게 알아본다. 결과지향적으로 움직임을 해 내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움직임을 어디까지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움직임의 과정에 주목한다. 움직임의 과정을 느끼고 의식한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에서 좋은 움직임이란 자신의 의식과 마음이 함께 가는 움직임이며, 이런 과정 속에 있는 움직임은 언제든지 자신이 원할 때 멈추고 돌아갈 수 있다. 모든 움직임은 인체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인 호흡과 같이 한다. 들숨, 날숨을 확인하고, 그 호흡에 따라 움직임을 한다.
ATM은 공개되어 있는 것도 있고, 중요한 것들은 휄든크라이스의 저서에도 소개되어 있으니 위의 원칙들만 지킨다면 스스로 해 볼 수도 있다. 어떤 ATM을 하더라도 신체의 긴장이 이완된다. 바닥에 누워 자신의 몸을 스캔해 볼 때, 몸이 좀 더 바닥에 넓게 그리고 무겁게 닿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은 내근이 이완되고, 몸의 체계 전체가 긴장을 내려놓게 되는 결과이다.
레슨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레슨의 학습목표는 뇌가 ‘아~!!’ 하는 깨달음의 소리를 낼 때이다. 이런 순간들은 레슨을 지속하는 동안 계속 일어난다. 근육이 긴장되어 있으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그렇다면 새로운 움직임에 적극 동원될 수 없다. 이 긴장이 이완되면서 자신의 신경체계가 사실 근육계를 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런 과정이 지속되면, 체계 전체가 변화하면서 더 면밀하고 구체적인 셀프 이미지를 갖게 되고 움직임의 질이 좋아진다.
2) FI(Functional Integration)
FI는 기능적 통합이라는 뜻으로, 교사가 핸즈온으로 학습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움직임의 과정이 어느 부위에서 끊어지고 그 외의 부위들이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거나,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을 때, 이 움직임에 기능적으로 통합되면 좋을 부위에 손을 접촉함 으로써, 학습자의 인지를 돕는 것이 기본적인 원리다. 휄든크라이스가 ATM을 전격적으로 개발하기 이전에, 자신의 몸의 부상을 치료할 때나 초기에 이 방법론을 발전시킬 때는 대부분 핸즈온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FI와 ATM은 서로 연결되고 호환된다.
기능적 통합이라는 단어는 이다 롤프(Ida Rolf)의 롤핑 요법 중 구조적 통합을 연상시킨다. 휄든크라이스가 자신의 작업을 명명할 때 롤핑요법의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기능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통해, 구조와 기능의 통합, 몸과 마음의 통합이 움직임을 기제로 일어난다는 휄든크라이스 방식의 특성도 잘 표현하고 있다. 휄든크라이스는 FI를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처럼 생각했는데, 안내자의 뇌와 신경이 손의 접촉을 통해, 학습자의 뇌와 신경에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습자의 자각능력은 안내자의 뇌와 자각능력을 빌려서 쓸 수 있게 된다.
3. 휄든크라이스 방식의 주요 특성
1) 움직임과 진화
휄든크라이스 방식은 인체를 고정체가 아닌 운동체로 본다. 서구에서는 19세기에 움직임이라는 것이 주요한 과학의 주제가 되었고, 이러한 인식방향은 20세기에 들어 많이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엑스레이나 이러한 서양의학의 검진방법은 아직도 인체가 움직이는 과정을 들여다보기보다는 한 순간의 형태를 들여다보는 것일 뿐이다. 영화가 19세기 말에 개발된 것에 반해, 아직도 사회의 많은 부분들에서는 인체나 사회구조나 많은 현상을 영상이 아니라 사진으로 보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인식의 방법이나 그 패러다임이 일상의 영역에서까지 광범위하게 변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움직임을 인식하고 사고하려는 노력은 다양한 영역에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무용에서의 안무라는 것도, 체육에서의 체조나 특정 동작을 수행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주요한 순간의 스틸사진들을 연결시켜 나가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움직임이라는 것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주요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은 철저하게 움직임을 의식할 것을 주장한다.
인체의 가동성(mobility)이 좋아지면 그것이 곧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휄든크라이스식 사고 방식이다. 여기에서의 가동성이란 매우 넓은 의미를 가진다. 긴장, 불안에 의한 움직임의 질적 저하에서부터 인간의 진화적 측면까지 아우른다. 그러므로 정렬이라는 것도 사진적인 입장에서, 이상적인 상태를 지향하는 정렬이 아니라 움직임을 잘 할 수 있는 상태가 곧 좋은 정렬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움직임을 중심으로 인체를 보는 것, 인체를 구조만이 아니라 구조와 기능의 통합적 관점에서 보는 것, 그리고 지속과 변화, 즉 운동과 시간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것은 휄든크라이스가 모더니즘을 뛰어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움직임과 생명의 관계를 파헤치면서, 인간의 진화는 생물적 진화를 넘어 창조적 진화의 관점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본 베르그송의 철학을 그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그가 인간의 움직임을 철저한 진화론자의 관점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진화론자로서의 면모는 그의 방법론과 철학 곳곳에 배여 있다. 인간의 뇌는 진화를 거듭해 평균적인 동물들보다 훨씬 큰 무게와 크기를 가진다. 출산의 용이함을 위해, 인간은 출생 후에도 뇌의 크기가 계속 커지는데, 이 때, 그냥 뇌가 자라는 방식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뇌의 성장은 끝없는 신체활동과의 연결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휄든크라이스는 뇌를 성장시키던 시기의 움직임을 기초로 레슨을 만들어, 뇌가 어린시절의 학습환경에 다시 노출되도록 했다. ATM의 구체적인 내용을 적용할 때, 걷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걷기 이전의 단계인 기기와 관련된 움직임을 해 보도록 한다. 기는 단계에서의 몸의 활용에 학습이 더 필요하면 그 이전 단계인 뒤집기 단계로 가 볼 수 있는 레슨이 주어진다. 뒤집기 이전에는 기립근을 재정립하는 레슨이 주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그의 구체적인 움직임 설계에는 인간의 진화 과정에 대한 고찰이 들어 있다.
2) 소매틱(somatics)과 자기학습
소매틱은 토마스 한나(Thomas Hanna)가 만든 용어로 자신의 몸을 3자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1자적 관점에서 보는 것으로, 몸을 대상화 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의식이 같이 하는 몸, 생명력의 몸이라는 소마(soma)의 정의는 휄든크라이스 방식이 몸을 바라보는 것과 일치한다.
한나는 현상학자로서 소매틱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깨달은 후, 휄든크라이스 방식이 이에 부합함을 알게 되고, 그것을 미국에 소개하게 된다. 그의 주요 저작 중의 하나인 '소매틱'(국내 번역본의 제목은 ‘소마틱스’ 이다. 최광식 역, 행복에너지, 2012)은 휄든크라이스 방식의 FI를 환자에게 시행한 후 얻게 된 임상적 데이터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은 일자적 관점을 철저하게 유지하는데, 실제 학습시에 안내자가 시범을 보이지 않는 것이 가능하도록 그룹 레슨 방식을 발전시킨다. 이러한 몸에 대한 인식론적 전환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인간의 교육, 개인이 사회와 관계를 맺는 모든 방식에 새로운 관점과 방법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인간 교육에 있어 유물론적 관점을 진일보 시킬 수 있으며 몸을 그 중심에 주체적 입장으로 놓게 되는 것이다.
휄든크라이스는 인간의 학습을 크게 세 차원으로 나누었는데, 유전, 교육, 그리고 자기학습 이렇게 세 가지로 보았다.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신체의 특성이나 기질 등이 결정되지만, 그것은 교육에 의해 발전되는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그리고 이전의 교육이 개인의 사회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사회 내에서의 생존에 맞추어져 있다면, 자기 학습은 스스로의 창달을 꾀하는 궁극적인 학습법이다. 소매틱은 이러한 학습방법의 인식론적 토대가 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과 히틀러를 겪었던 세대로서 휄든크라이스는 상명하달식의 계몽적 교육의 부작용과 자기학습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강조하고 있다.
3) 몸과 마음 그리고 깨달음
긴장은 몸과 마음이 분리되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 징후이다. 휄든크라이스는 이것을 정확하고 구체적이고 단순한 움직임의 수련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히틀러에 투표했던 시기의 사람들처럼 의지만 불태우며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의 분리는 가속화된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은 움직임 레슨을 통해 이렇게 자신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의 수련이라고 할 수도 있다. .결과지향적인 사회문화 속에서 과정중심의 학습에 대한 튼튼한 토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이나 머리가 지시하고 몸은 그것을 수행하는 종속적 관계는 소매틱 관점을 통해 극복될 수 있고, 몸과 마음이 하나의 전체로서 통합되는 인간상을 그릴 수 있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에서는 뼈를 중심으로 한 신체 이미지를 처음에 많이 가지도록 하며 근육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다. 그 이유는 근육에 대한 이미지는 부분적이고 뼈에 대한 이미지는 자신의 몸 전체를 연결해서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체성(wholistic)에 대한 아이디어가 모든 움직임 레슨의 기초를 이룬다.
휄든크라이스는 인간의 모든 행동은 스스로 가지고 있는 셀프이미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 셀프이미지는 몸과 마음의 관계 개선, 바디이미지의 구체성, 그렇게 자신에 대해 더 정확하게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향상될 수 있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에서의 깨달음이라는 것은 아주 작은 알아차림 awareness를 일컫지만, 단순하고 구체적인 층위로 깨달음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므로 깨달음이라는 것이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이나 초인적인 노력을 한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가능한 것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여전히 신비하고 거대한 영역 혹은 유심적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었는데, 휄든크라이스는 그 깨달음을 매우 구체적이고 유물론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좀 더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우리의 마음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순차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해 내고 있는 것이 휄든크라이스 방식의 큰 장점이자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4) 뇌와 신경
휄든크라이스는 자신의 방식이 교감신경을 진정시키고 부교감신경 모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감신경은 인지된 자극에 대한 반응을 가능하게 하는 중추신경인데 반해, 부교감신경은 휴식, 몽상, 깨달음 같은 것이 가능하게 하는 중추신경이다. 인간의 긴장은 중추신경이 일정한 자극에 대해 반응을 한 후에도 스위치가 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신경의 특성에 크게 기인한다. 이것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중추신경계에의 효과는 뇌의 구분을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반사신경에 관련되어 생존에 관련된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는 제 1의 뇌와 감정이나 자기 보호, 생명 지속에 관련되어 작동하는 포유류의 뇌라고 불리는 제 2의 뇌, 깨달음이나 상상, 창작 등 창조적 진화에 관련된 제 3의 뇌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휄든크라이스는 자신의 방법론이 제 3의 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이것은 또한 앞 서 말한 유전, 교육, 자기 학습의 구분과도 궤를 같이 한다. 휄든크라이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유연한 몸이 아니라 유연한 뇌”라고 했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에서는 머리가 CPU의 역할을 하고 다른 신체부위는 단말의 역할을 하는 단일 컴퓨터의 개념으로 인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각 부위에 신경으로 연결된 센서들이 있어서 이것들이 작은 컴퓨터의 역할을 하고, 뇌는 이들이 연결되는 서버의 역할을 한다고 본다. 즉 현재의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킹의 개념으로 인체를 보는 것이다. 신체자각능력의 증대라는 것이 제 6의 감각이라고 불리는 고유수용감각(proprioception)의 활성을 뜻한다고 보면, 이 고유수용감각이 인체의 모든 관절 부위에서 중력과 움직임을 느낀다고 보았을 때 뇌와 신경 그리고 감각기관의 원활한 네트워킹이 중요한 것이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이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대상 중의 하나가 뇌병변 환자인데, 휄든크라이스는 뇌신경이나 신경이 막히게 되면 스스로 우회해서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운동신경이 발달되지 못 했거나, 어떤 이유로 그 연결이 쓸모없어 졌을 때 스스로 재생해 내거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토마스 한나는 신체사용의 패턴이 고정화되면서, 유기적인 신체사용 패턴이 사라지고 경직되고 불수의적인 신체사용 패턴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통해 운동감각에 장애가 오는 것을 감각운동기억상실증이라고 불렀다. 많은 현대인들이 신체의 과도한 긴장에서 오는 불편함이나 통증을 당연한 것이나 노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데, 이것은 신체의 감각과 뇌의 연결이 약해지거나 끊어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지, 노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휄든크라이스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신경적 연결은 언제든지 복원가능하며, 연결이 끊어진 경우에는 새로운 연결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2000년대에 들어와 뇌의학 쪽에서 과학적 사실로 인정되었는데, 이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50년 전에 이미 휄든크라이스는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치유하는 뇌(Brain's Way of Healing, Norman Doidge, M.D.)’라는 책에서 휄든크라이스 방식이 파킨슨 병과 같은 뇌관련 질환들에 유용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4. 휄든크라이스 방식과 현대무용의 접접
휄든크라이스 방식과 현대무용의 접점은 무엇보다도 이 두 영역이 움직임을 주요 기제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컨템포러리 아트로서의 현대무용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부분인 일자적 관점, 자기 자신의 수련과 표현, 개체의 독립성은 휄든크라이스의 방식의 학습목표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것을 현대무용의 몇 가지 영역과 연결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1) 릴리스 테크닉
릴리스 테크닉은 서구에서 미적 기준에 맞추어 몸을 만들어 가는 모던 테크닉 이전의 방법들에 대해 효율적인 움직임을 위해 중력을 이용하고, 호흡, 근골격계의 정렬 및 이완, 관절의 유연성을 추구하는 테크닉이다. 릴리스 테크닉은 발레처럼 규격화된 모더니즘 양식을 가지고 있지 않음으로 해서, 일정한 형식을 갖지 않는 포스트모던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알렉산더 테크닉, 요가, 휄든크라이스 방식 등이 릴리스 테크닉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무용 외적 테크닉이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무술처럼 릴리스와 릴랙스를 구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릴랙스는 그냥 전체적으로 힘을 빼는 것이지만, 릴리스는 정확한 목적을 위해, 움직임의 원활함과 부드러움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지점을 이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릴리스는 말 그대로 렛고(let go) 놓아주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은 결국 움직임을 통해, 또한 부드러운 움직임을 위해, 신체의 기능적 통합을 필요로 한다.
2) 즉흥
즉흥성은 춤의 생명이라고 볼 수 있다. 즉흥성 역시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무용수가 정해진 동작을 퍼포먼스 할 때에도 어느 정도의 즉흥성이 필요한 것이다. 현대무용에서 즉흥은 하나의 춤 장르로서 발전해 왔고, 이러한 현대무용의 특성은 그대로 휄든크라이스의 자기 학습과 맞닿아 있다. 무용수가 자각능력을 활성화시키고, 자기학습능력을 키우고, 몸과 마음이 통합되고, 움직임의 질이 향상되면, 자발성과 집중력, 나아가 몰입이 향상 된다. 이러한 운동감각 향상은 무용수의 몸과 마음에서 즉흥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면 무용수의 퍼포먼스 능력은 물론 즉흥능력도 향상되게 된다.
3) 접촉즉흥
휄든크라이스 방식을 통한 자각능력활성은 접촉즉흥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접촉즉흥은 스티브 팩스턴(Steve Paxton)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스티브 팩스턴은 아이키도를 수련했다. 휄든크라이스는 유도 유단자로써, 휄든크라이스가 수련한 초기의 유도는 지금과는 형태가 좀 다른 유술에 가까운 모습이 있으며, 그 맥락은 아이키도와 유사하다. 이 두 무술은 모두, 중력을 이용하는 법, 중력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중심을 무너뜨리거나,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거나 무력화시키는 것을 연습한다. 실제 휄든크라이스 방식에는 유도의 훈련법에서 착상한 것이 매우 많다. 어떻게 보자면, 동양 무술의 장점을 서양인에게 과학적으로 풀어서 습득시키고, 동양 무술을 수련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목표를 가졌다고 말할 수도 있다. 동양무술의 도제식 수련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매뉴얼로 보완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휄든크라이스 방식은 모든 운동이나 몸의 사용에 기초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휄든크라이스 방식을 통해 향상된 신체가 접촉즉흥에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접촉의 질의 향상, 파트너의 몸과 움직임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몸과 움직임을 줄 수 있는 과정과 범위의 개선 및 확장, 중력과 정렬의 축을 활용하는 역동적인 움직임들이 가능해진다.
4) 무용교육
소매틱의 교육적 효과나 교육과정에서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필자는 소매틱 관점의 예체능 교육이 초등학교의 교과과정에 필수과목이나 핵심과목으로 있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일자적 관점에서 자신의 셀프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이것이 성숙한 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수련하는 휄든크라이스 방식의 교육적 효과는 말할 것이 없다. 이것은 고스란히 무용교육의 주목표가 될 수 있다. 무용교육을 통해 학습자가 심신수련, 미적 가치나 자기표현, 창작과정까지 수련한다면 이것만큼 완벽한 교육과정도 없을 것이다. 다만 무용교육이 무대공연을 위한 창작이나 준비훈련으로써 모더니즘적 교육방식에 머무른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휄든크라이스는 자신의 클라이언트를 환자라고 부르지 않으려고 했으며, 학습자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모두 가동성의 정도에 차이를 보일 뿐, 학습의 정도에 차이를 보인다고 해서, 그 학습자를 장애인이라거나 환자라고 보지는 않은 것이다. 환자는 자신의 몸을 대상화해서 몸뚱아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치료라는 말 대신 학습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이러한 접근은 무용수의 부상방지나 재활에 관한 교육에도 활용될 수 있다.
모쉐 휄든크라이스의 주요 저서
Body and Mature Behavior: A Study of Anxiety, Sex, Gravitation and Learning. London: Routledge and Kegan Paul, 1949; New York: International Universities Press, 1950 (softcover edition, out of print); Tel-Aviv: Alef Ltd., 1966, 1980, 1988 (hardcover edition).
Awareness Through Movement: Health Exercises for Personal Growth. New York/London: Harper & Row 1972, 1977
The Case of Nora: Body Awareness as Healing Therapy. New York/London: Harper & Row, 1977 (out of print).
The Elusive Obvious. Cupertino, California: Meta Publications, 1981.
The Master Moves. Cupertino, California: Meta Publications, 1984, (softcover edition.)
The Potent Self. San Francisco: Harper & Row, 1985. Harper Collins, New York, 1992, (softcover edition.)
Embodied Wisdom: The Collected Papers of Moshé Feldenkrais. California: Somatic Resources and North Atlantic Books. 2010.